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3326900.html?ctg=1100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가 없다. 정부에서 강력히 개입해도 ‘약발’은 하루를 못 넘긴다. 외국계 대형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는 한 트레이더는 “이미 정부가 지는 게임에 말려들었다”고 단언했다. 트레이더들은 “트레이더들 사이엔 한국 당국의 외환개입이 환차익을 얻는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5개월간 외환시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잇따른 구두 및 실물 개입에도 좀처럼 환율 상승세가 가라앉을 기세가 아니다.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까지 나서 환율 상승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2396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환보유액도 외환시장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외환위기설이 나돌 정도다. 일선에서 직접 외환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를 통해 지금 외환시장의 분위기와 추세를 들어봤다.

▶▶▶외환시장은 사채시장

지난 9월 23일 외환거래를 하던 트래이더 A씨는 깜짝 놀랐다. 금융기관끼리 쓰는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인 오버나이트론(overnight loan)을 구하려 외환 스와프 시장에 들어갔다가 달러 금리가 연리 환산으로 20%까지 치솟은 것을 봤기 때문. 미국 기준금리가 2.5%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8배에 가까운 셈이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리가 7~8%를 오간 적은 있지만 20%까지 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금은 그나마 안정돼 오버나이트론 금리가 7~10%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금리를 감안하면 지금 금리도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아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외환시장에서 달러차입이 막혀있다는 점이다.

A씨는 “지금 외환시장에서 3개월, 6개월짜리 자금은 아예 구할 수 없다. 오버나이트론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빌려주는 곳이 없어 달러 바이&셀(buy&sell) 스와프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외환시장은 ‘일수시장’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금리를 아무리 높게 줘도 몇 개월짜리 단기자금을 찾을 수 없다.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파생상품 시장인 스와프 시장에까지 금융기관이 몰려들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은 현물 달러가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의 달러가치만 거래되기 때문에 일종의 도박과 같다.

▶▶▶시중은행 달러 차입 안 돼

시중은행은 이미 달러를 구할 수 없다. 미국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기관이 달러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중은행은 차입으로 달러를 빌릴 통로가 막혔다. 트레이더 B씨는 “이제 한국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에 있는 자산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달러밖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해외 채권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국내 대형 은행도 달러 차입이 불가능하다. 절박한 상황이란 얘기다. 그나마 산업은행은 지난달 5억2000만 달러를 해외 금융시장에서 차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수출입은행도 비록 6개월짜리 단기 시장이긴 하지만 64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국책은행도 달러 조달이 힘들어지고 있다.

B씨는 “시장은 이미 패닉 상태로 가고 있다. 요즘 외환 트레이더들은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말이다.

▶▶▶왜 원화가 유독 약세인가

아시아에서 달러-엔 다음으로 규제가 없는 통화가 원-달러다. 외환거래와 관련해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다 풀렸다. 달러-엔은 선진국 외환시장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나 거래가 상당히 크다.

상대적으로 변동성도 낮다. 이 때문에 통화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신흥시장 외환이다. 아시아 신흥시장 중 규모나 규제 면에서 원화가 가장 선호된다.

규제가 심한 중국과 경제 규모가 작은 동남아 국가에 비하면 한국은 양쪽을 다 충족하는 시장이다. A 트레이더는 “스팟(spot·현물)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70억~80억 달러에 이르고 역외선물시장(NDF)이 30억~40억 달러에 달해 아시아 신흥시장의 2위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비해 규모에서 3~4배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은행으로선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한국의 외환시장이 달러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 위기가 오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 한국이다.

▶▶▶정부가 ‘환란’ 부추긴다

B 트레이더는 지금 상황을 ‘환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정상적인 경우 하루에 3원 내에서 움직인다. 10원 움직이면 변동폭이 커 외환시장이 출렁인다고 한다. 지금은 하루에 30~40원씩 움직이는 날이 많다.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시 증거금은 보통 거래액의 1% 정도다. 이 말은 거래액의 변동폭이 커봐야 1%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하루 변동폭은 3%에 이르고 있다. 실제 10월 2일 원-달러 환율은 1223.5원으로 마감돼 전날(1187원)보다 36.5원 상승했다. 또 9월 17일에는 전날보다 42원 급등하는 등 최근 1개월간 외환시장은 하늘과 땅을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환란’ 수준으로 외환시장이 변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정책 당국의 섣부른 외환 개입과 올 초 고환율 정책을 공표하는 등 외환시장에 불신과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도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정부의 개입 행태를 보고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큰 쇼크를 받았다고 A 트레이더는 말했다. 당시 정부는 1050원 선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20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원화 약세를 점치던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가 됐지만 정부는 이번에는 오히려 1010원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A 트레이더는 “원화 강세가 되는 줄 알고 달러 사는 일을 멈추려던 트레이더들이 한국 정부가 1010원에서 받친다는 사인을 보면서 원화를 마음 놓고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래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꼴이 되면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면 된다는 수익선을 예측하게 된 셈이다.

A 트레이더는 “만약 그때 정부가 1010원에서 받치지 않고 1000원 밑으로 가도록 했다면 지금 환율이 1100원을 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이 정부가 1000원대 이하의 환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처럼 최근의 고환율은 세계 금융시장의 경색, 정부의 실정, 한국 외환시장의 특수성이 맞물린 결과다.

한 외국계 외환 딜러는 “정부가 100억 달러를 투입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는 외환시장에서 보면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100억 달러는 요즘 같은 시기엔 반나절도 버티기 힘든 규모”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미 필패(必敗) 게임인 시장과의 싸움에 들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외환보유액을 환율 방어에 쓰지 말고 최후의 순간을 대비해 끝까지 지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쉽게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용경색으로 달러 품귀현상 >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 > 정부에서는 환율안정을 위해서 달러를 시장에 뿌린다 > 그러나 달러를 사려는 수요 여전 > 다시 환율 급등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 = 100 억 달러 = 130 조원
한국정부의 외환보유고 = 2396 억 달러

한국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4일치 거래량밖에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위와 같은 신용경색에 따른 달러 급등이 한달만 가도 외환보유고가 동난다는 얘기.

한달 내에 외환시장이 안정화되지 않거나, 신용경색이 풀려서 달러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외환시장의 파급력은 엄청나게 크다.

한국의 정부 1년 예산 = 270 조원
코스피 시가총액 = 690 조 7824억원 (2008년 10월 6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  61 조  9823억원 (2008년 10월 6일 기준)

주식시장과의 관계

신용경색이 될 경우, 현금자산이 중요해진다 >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매도 > 매도하고 받은 원화를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를 본국으로 송환한다 > 달러의 품귀는 지속(달러 급등)

달러가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매수가 대비 손해를 보고 팔아도 환율 오른 것이 그것을 보상하거나 최소한 영향을 적게 받게 된다.

Posted by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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