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엔화에 대한 단상 : 악영향은 분명하다

 

시장에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이에 원/엔 환율이 770원대로 하락했다.

원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달러 수급 차이 때문인데, 일본은 달러가 유출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은행과 기업의 해외 차입 확대로 달러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저금리에 따라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엔화 약세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산업별 수출 구조는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과 자동차, 화학 업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관계는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경우 저급품 위주의 범용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제품 구성의 상당 부분이 경합관계를 지니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은

일본 제품 단가 하락으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우리 기업이 단가를 같이 인하함으로써 수익성이 나빠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산업 전체의 ‘단가 인하->점유율 하락’에 관한 분석은 광범위한 작업이므로 분석의 초점을 제품간 동질성이 높은 자동차 한 부문에 한정해 살펴 보자.


/엔 환율이 고점을 형성한 2006년 5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한국(현대차+기아차)과 일본(도요다+혼다+닛산) 업체의 점유율 추이를 보면 7월에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4.9%로 최고를 기록한 후 11월에 4.2%까지 0.7%P가 떨어졌다. 반면 일본업체는 7월 32.1% 이후 연말까지 31~32%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이 2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났고 9월부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엔화 약세가 우리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4/4분기 실적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앞의 자동차 사례와 같이 이미 악영향이 상당 수준 가시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4. 외국인 매도에 관한 단상 : 매도는 계속 된다

2006년 5월부터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우리는 외국인 매도를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보고 있다.

‘한국을 하나의 기업이라 볼 때 우리 시장은 전형적인 턴어라운드형 이다. 오랜 기간 누적됐던 부실 요인이 외환위기를 통해 표출됐고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변화를 이루어졌고 현재는 모든 과정이 완료된 상태다.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사기 가장 좋았던 때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기간이고 Valuation의 현실화가 이루어진 현재는 반대로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줄여야 할 시점이다.’

2006년 외국인 매도는 ‘Sell Korea’ 과정이다. 따라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 밑까지 떨어지거나 Valuation 매력이 생겨야 중단될 수 있다. 2007년 연간에도 외국인은 10조 안팎의 주식을 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2006년에 외국인이 처음 주식을 본격적으로 내다 팔았기 때문에 매도의 강도가 강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컸지만, 올해는 매도량은 불분명하지만 시장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내다 판 경우는 2006년이 유일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 영향력을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매수했을 때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게 허용된 ‘98년 이후 주가에 따라 13번 매매 패턴이 바뀌었다. 이중 외국인이 매매했던 방향과 주가가 동일하게 움직인 경우는-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거나, 매수한 후 주가가 상승-5번에 지나지 않아, 단기적으로 주가가 외국인이 의도하던 대로 움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살 때는 5~6개월 사이에 시가총액의 3% 이상도 매수 했었다. ‘98년의 경우 넉달 동안 4조원, 시가총액 4.3%를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사는 동안 주가가 잠시 올랐을 뿐 다시 하락했다. 이런 매매 속에서도 주가의 방향이 바뀐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시가총액 4.3%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23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 국내 유동성 축소에 대한 단상 : 너무 걱정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국내 유동성 축소가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리라는 생각은 기우다.

2002년 이후 가계 대출 추이를 보면 부동산관련 대출 잔고가 2002년 5월 107조원에서 2006년 11월 214조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기타 대출은 72조원에서 125조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쳐 부동산 관련 대출의 65%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유동성 축소가 주식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은 가계 대출과 주가 등락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부동산 관련 대출 중 일정 부분이 주식 매수에 전용됐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가계 대출과 주가 등락은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특히 주가 상승률이 50%에 달했던 2005년에 대출증가율이 10% 정도였고, 반대로 주가가 지지 부진했던 2006년에 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등 시중 유동성은 주가와 달리 움직였다.

만일 정부의 유동성 축소 정책이 대출 잔고 자체를 줄일 정도로 진행된다면 유동성의 저량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런 상황을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


연초 주가 하락은 단순히 수급이 어긋났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 반영됐고, 당연시 하고 있는 금리 인하는 언제쯤 이루어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펀드멘탈에 대한 의문에서 조정이 시작된 만큼 의미있는 반전은 2~3개월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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