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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4 성호전자

성호전자

investment/display 2007. 5. 14. 11:19

관심있던 수동부품 업체인데, 비교적 자세한 기사가 나와서 스크랩

http://nara.sbc.or.kr/newshome/mtnmain.php?sectionkey=today&aid=896&sectionpid=79&mtnkey=newsarticleview&viewkey=newssectionnews

30년 집념, 세계의 전기를 잡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수평비교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큰 그릇 안에서는 수평비교가 될 만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 끊임없는 변신, 창조 경영 등을 밤낮 외쳐 되도 ‘중소기업이 무슨…’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듯 아무 반응이 없는 중소기업. 미안하지만 그들은 그 한계를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대기업과의 수평비교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성호전자(주). 세계시장을 휘젓는 필살기다. 

김미경 전문기자 박명래 객원 사진기자


성호전자표 기술독립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호전자(주)(대표이사 사장 박환우)에 이 말을 붙여 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1973년 일본 신에이전자와 51 대 49 지분의 합작회사로 출발한 성호전자는 처음에는 일본으로부터 선진기술을 받아들인 중소 부품 업체였다. 하지만 경영과 기술개발에 성공해 100% 국내 회사로 탈바꿈했다. 경영 면에서도 홀로서기를 했지만, 기술 면에서도 당당히 독립해 이제 몇몇 제품을 일본에 역수출하는 글로벌 부품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성호전자의 주력제품은 콘덴서. 전기를 모으는 장치로 일정량의 전기를 모아 두었다가 용도에 따라 알맞은 양의 전기를 적절히 배분해 주는 부품이다.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피를 담아 두었다가 주기적인 수축으로 피를 몸 전체에 보내는 심장과 같은 구실이다. 인체에서도 심장이 매우 중요하듯 콘덴서 역시 전기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TV, 냉장고, 휴대폰 등 모든 전기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다. 성호전자는 이 중에서 디지털 TV와 PC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용 콘덴서를 전문으로 한다. TV를 예로 들자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음량을 변경할 경우, 전원을 끄거나 켤 때 등 각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전기의 양이 다르다. 이때 콘덴서가 전기를 저장했다가 상황에 맞게 알맞은 양의 전기를 내보내는 것이니 매우 중요한 구실이다.  

지난해 성호전자의 매출액은 470억 원. 이 중 70%를 미국, 일본, 브라질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콘덴서는 유럽과 일본이 원천기술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인 셈이다. 성호전자가 높게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전수받던 후발 중소업체에서 독립 기술을 보유한 수출업체로 진화를 거듭한 성호전자. 설사 이 이상 발전이 없다한들 여기까지의 성적만으로도 뜨거운 갈채가 아깝지 않다.

성호전자표 변신
성호전자의 경쟁력은 34년간 콘덴서라는 한 우물만 고집해 노하우가 쌓였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많은 기업이 뜨고 지고, 수많은 아이템이 오락가락하는 요즘 업계에서 34년에 걸친 한 우물 파기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드문 경우다. 게다가 대기업도 아니요, 중견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이니 예사 한 우물 기업이 아니다.

자금력이 대단한 것도, 대박을 터뜨린 아이템도, 최첨단 기술 제품도 아니면서 34년 동안 매년 매출 증가를 보이며 수출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였기에 그 장수 비결이 더욱 궁금했다. “변하는 것, 바로 끊임없는 변신하는 것이죠. 우리 아이템이 IT 부품 제조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여기에 대처하지 않고 그냥 제자리 지키기만 하고 있으면 누가 우리 제품을 써 주나요? 변신이라고 해서 얼굴을 새롭게 고치는 업종 변경이 아니에요. 콘덴서라는 우리 아이템을 가지고 수평․수직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며 변신을 시도했죠.”

콘덴서라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 34년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법을 ‘변신’이라고 설명하는 박 사장. 실제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성호전자의 노력은 어느 대기업 못지않다. 성호전자는 디스플레이용 콘덴서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디핑 방식의 필름 콘덴서 부문에서 국내시장의 60%를 점유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품목은 필름 콘덴서 한 가지이지만 제품 자체에 대한 변신을 끊임없이 지속했다.
TV가 점점 슬림화, 경량화됨에 따라 콘덴서 역시 외형을 줄이고, 내부는 기능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방식 등이다.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브라운관 방식의 아날로그 TV이었지만 PDP, LCD 등의 디지털 TV로 바뀌면서 콘덴서 역시 여기게 걸맞게 변화를 시도했다. 현재 필름 콘덴서를 만드는 곳은 국내에서도 두세 곳에 불과하며,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나라밖에 없다는 사실이, 성호전자의 디지털 가전에 대한 철저한 변신 자세를 말해 준다. ISO 인증, QS-9000 인증, 싱글 PPM 등을 획득하면서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기술적 뒷받침도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고분자 고체 콘덴서를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품은 고주파 영역에 강해 저항 특성이 우수하며, 수명이 반영구적이어서 디지털 TV, 디지털 캠코더, 노트북 등 첨단 디지털 전자제품에 유용한 핵심 제품이다. 원래 일본 산요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차세대 콘덴서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첨단 콘덴서였으나 성호전자가 국산화했다. 이 제품은 현재 삼성전자에 전량 공급되고 있는데, 워낙 공급 물량이 많아 더는 주문은 받지 않고 있을 정도다.

직원 160여 명 중 30여 명이 R&D 인력이며, 매출액 대비 5%를 R&D에 쏟고 있는 성호전자는 현재 와이브로와 DMB 등의 전원 공급 장치,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필름 콘덴서도 개발하고 있다.

성호전자표 역샌드위치론
고기술․ 고효율의 일본 제품과 저비용의 중국 제품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꼼짝 못하게 돼 가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현실을 가리키는 샌드위치론. 많은 국내 제조업체가 샌드위치로 전락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성호전자의 생각은 다르다.

“샌드위치 신세를 역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비관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고기술이지만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저비용적인 면을, 저가이지만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기술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양쪽의 장점만을 활용하는 거죠.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설비자체를 직접 개발해 생산효율을 올린 것이 그 예거든요. 이런 게 바로 창조적인 경영 아닌가요? 남들이 다 하는 똑같은 방법으로는 세계시장을 절대 두드릴 수 없어요.”
성공하는 기업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기술력을 높이 끌어올린 성호전자는 가격 경쟁력이란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품 기술은 일본 수준이면서 가격은 일본보다 싸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해답은 생산설비에서 나왔다. 콘덴서를 생산하는 설비를 자체적으로 개발․ 제작하기로 했다. 모든 설비를 직접 개발해 100%에 가까운 자동화를 실현했고, 기계설비 때문에 발생하는 생산 결함을 완벽히 방어했다.

이를 통해 800명이 하던 일을 90명이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생산효율이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또 설비 자체를 직접 제작함에 따라 고정자산 대비 투자비를 다른 회사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고, 단위 시간당 제조원가도 대폭 낮아졌다. 남이 만든 기계가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기계에서 콘덴서를 생산하니 양산 수준이 향상되고, 고장이라도 한번 나면 AS 받으려고 며칠 동안 기계를 멈춰 놓는 등의 생산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다. 

이처럼 자체 설비 제작을 통해 설비자동화로 대량생산을 하고, 월등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니 시장 공략에서 강력한 비교 우위를 갖추게 된 것은 당연했다. 국내외 시장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한 설비들을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수출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성호전자표 글로벌 마인드
2005년에 380억 원, 2006년에 470억 원, 올해 650억 원을 매출 목표로 잡고 있는 성호전자는 이 중 70~80%를 로컬 방식의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직수출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통해 나가는 로컬 수출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40여 곳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 중 80% 이상이 성호전자 콘덴서를 사용하고 있다. 다소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자국 중소기업의 부품을 쓰던 옛날 대기업과는 달리 철저하게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는 요즘 대기업. 이런 현실에서 서로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굴지의 대기업이 모두 성호전자라는 같은 콘덴서를 공급받고 있으니 그 위상이 어떤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처럼 원천기술도 없는 국내 중소업체로 출발해 세계시장에서 350여 억 원을 벌어들이는 당당한 수출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성호전자만의 독특한 글로벌 경영 마인드로 한몫했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만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해요. 아무리 중소 제조업체라 해도 국내에 국한된 시각을 갖고 있다면 국내 시장에서조차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우리 회사가 한국, 중국 이원화 생산 전략을 고안해 낸 것도 그 때문이죠.”

성호전자는 현재 국내와 중국에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모든 생산 공장을 해외에 돌린 여느 제조업체와는 달리 국내외 공장을 비슷하게 배분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 보호 그리고 완벽한 품질을 위해서다. 중국 공장으로 모두 옮길 경우 인건비 절감 등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내 공장에서는 고부가가치의 콘덴서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중국 공장에서는 저부가가치의 범용 제품만을 생산하는 식으로 수요 극대화 전략을 펼치면서 큰 성과를 올렸다. 고품질이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전략 덕분이다.

중소 부품 제조 기업이지만 글로벌 마인드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신을 꾀하는 성호전자. 안이하게 머물러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성호전자의 행보에 형광펜으로 밑줄 쫙쫙 쳐서 그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Posted by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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