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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소로스ㆍ버핏 가설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101226461&sid=0102&nid=001&ltype=1

최근 들어 '모든 경제활동은 경제주체들이 생각한 대로 된다'는 이른바 자기실현적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월가에선 각광받고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한다는 이론이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일명 소로스·버핏 가설)이다. 이 가설은 투자자의 심리와 경기의 관계를 잘 설명한 이론으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 가설의 핵심내용은 이렇다.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상승기를 맞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국면을 맞게 된다. 이때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경기와 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재상승기를 맞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며 재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때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면 다시 소상승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경기와 실적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공황상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미국경기는 1분기 성장률이 0.9%로 둔화된 후 2분기엔 2.8%로 회복됐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3분기엔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예상돼 1분기 때보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도 미국경제는 '제로'에 가까운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는 지난 1년 동안 40% 이상 급락한 가운데,특히 9월 중순 이후 3주간 낙폭이 1년 낙폭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너무 짧은 기간에 낙폭이 컸던 만큼 체감 낙폭은 지수하락폭의 2배에 달해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공황에 빠지면서 '금융이라는 용어조차 꺼리는 혐오증세'(financial phobia)를 보이고 있다.

소로스의 이론을 지금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경기침체기에 주가는 과민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해당된다. 이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각종 공포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공포지수'(VIX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 만큼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응도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의해 그 효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불안심리가 증폭되면 미국과 세계경제는 일본식 장기복합불황에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되는 반면 오히려 긍정의 힘을 발휘할 경우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이 풀린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년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보다 '더 깊은 나락'(Ice age)으로 빠지느냐와 '또 다른 기회'(Ice breaking)를 만들어 내느냐는 각국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태도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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