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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OB 베어스

miscellaneous 2009. 8. 31. 14:51
출처: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91&issue_item_id=6738&office_id=224&article_id=0000001353

김형준의 프로야구 기록 추적
[프로야구 기록추적] <17> '대반전을 이루다' 1995년 OB 베어스

서울 두 팀이 가장 치열한 레이스를 벌였던 1995년 (사진 제공 - 연합 뉴스)

1994년은 두 서울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한 해였다.

LG 트윈스의 시즌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LG는 1987년 해태, 1990년 LG, 1991년 해태에 이어 역대 4번째 한국시리즈 4연승을 달성했으며, 정규시즌 득점과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첫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 됐다(이후 1998년 현대, 2000년 현대, 2002년 삼성, 2007년 SK가 달성). 득점-평균자책점-승률 1위-한국시리즈 4연승에 모두 성공한 팀은 지금도 1994년 LG뿐이다.

이상훈-김태원-정삼흠이 49승을 합작하고 김용수가 30세이브를 달성한 그 해, 무엇보다도 LG는 유지현-김재현-서용빈의 신인 트리오를 얻었다. 그리고 시즌 후 국가대표 4번타자 심재학과 김재현의 신일고 1년 후배 조현이 입단하면서, LG를 밝게 비춘 해는 당분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반면 OB 베어스에게는 최악의 해였다. 전년도 3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쳤으며, 일부 선수들이 윤동균 감독과 갈등 끝에 팀에서 이탈하는 파문이 일어났다. 시즌이 끝난 후에도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하면서, OB는 LG와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다.

1995년 개막 시리즈 1승1패 후 줄곧 2위권을 지키는 대선전을 한 OB는 LG에 6경기가 뒤진 채 8월을 끝냈다. 3위 롯데와의 승차 역시 2경기로 2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OB가 승률 .750(18승6패)이라는 9월 대질주를 한 것. 결국 OB는 LG를 추월하고 최초의 반경기 차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이후 2003-2004년 현대가 반경기 차 우승에 성공).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1984년 롯데에 이어 2승3패로 밀린 상황에서 6,7차전을 승리하고 우승한 역대 2번째 우승 팀이 됐다(6차전 진필중, 7차전 김상진 승리투수). 1982년 원년 이후 13년 만의 우승. 창단 후 최대 위기를 극복해내고 만들어낸 우승. 그야말로 '미러클 메츠'가 아니라 '미러클 OB'였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도루
1 김민호 SS  .288 .353 .378   2  30 47
2 장원진 CF  .260 .320 .377   9  58  8
3 김상호 LF  .272 .335 .474  25 101 10
4 김종석 1B  .299 .355 .435   4  56  5
5 김형석 DH  .270 .318 .418  10  68  2
6 임형석 3B  .240 .322 .312   3  35  7
7 이명수 2B  .290 .357 .394   9  32  1
8 심정수 RF  .282 .344 .508  21  59  4
9 김태형 C  .216 .252 .294   1  19  1

*1995년 OB에서 가장 많이 가동된 선발 라인업

1995년 OB의 원동력은 타선이었다. 그 해 OB는 유일한 세자릿수 홈런(106개)을 기록했는데(나머지 팀 평균 82개), 잠실을 홈으로 사용한 팀이 홈런 1위에 오른 것은 1995년 OB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역대 홈런 1위 : 삼성 10회, KIA-한화 6회, 현대 3회, SK 1회). OB는 15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타선의 핵은 'LG 출신' 김상호였다. 김상호는 25개를 날려 첫 잠실구장 출신 홈런왕이 됐으며(1998년 우즈 역대 2호), 1991-1992년 장종훈에 이어 역대 3번째 100타점을 달성했다. 그리고 LG의 20승 선발 투수 이상훈을 제치고 MVP가 됐다. 여기에 풀타임 첫 해 21홈런으로 4위에 오른 심정수, 14개 중 무려 12개를 잠실에서 날려 잠실구장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잠실 홈런왕' 이도형(.290-333-481 14홈런 48타점) 두 21살짜리 타자들이 김상호와 함께 팀에 파워를 공급했다. 

마운드에서는 '흙속 진주'들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1994년 14승10패 7세이브 2.97을 기록하며 이미 팀내 에이스로 떠오른 김상진은 선발 27경기에서 17승7패 2.11를 기록, 완투(13)와 완봉(8)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다승에서는 2위,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3위에 올랐다. 5월 역대 4번째 3경기 연속 완봉승을 달성한 김상진은 8완봉으로 시즌을 마감, 1986년 선동열이 세운 한 시즌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뤘다(1995년 김상진 이후 최다 완봉승 기록은 1996-1997년 정민철, 2007년 리오스가 기록한 4개로 김상진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김상진은 마지막 8경기에서 6승 무패(팀 7승1패) 1.71을 기록, 팀이 LG를 추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5년 가장 화려했던 선발투수는 20승의 이상훈이었지만 김상진도 그에 못지 않은 눈부신 시즌이었다. 시즌 후 전문가들이 선동열의 우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수로 정민철과 함께 김상진을 꼽은 것은 당시 분위기에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권명철(15승8패 2.47)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투펀치 역할을 했으며, 이용호(3승5패 10세이브 1.95)가 나타나 김경원(6승3패 15세이브 2.93)의 공백을 메웠다. 박철순도 39세6개월8일의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과 함께 원년 24승 이후 최다인 9승(2패 4.47)을 올렸다. 후반기 돌풍의 주역이 된 신인 진필중(6승2패 3.21)은 한국시리즈 6차전의 완투승으로 OB의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OB의 우승에는 행운도 일부 작용했다. '마지막 방위' 시즌이었던 그 해 해태 이종범, 롯데 박정태, LG 유지현-송구홍 등 다른 팀들은 적지 않은 주력 선수들을 홈경기에만 내보내야 했다. 그에 비해 OB는 방위 공백이 가장 적은 팀이었다. 실제로 OB는 그 해 원정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려 홈 승률 1위 팀 LG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OB 홈 .634 원정 .579 / LG 홈 .661 원정 .540).

그 해 OB는 정규시즌 최대 라이벌이었던 LG와의 맞대결에서 6승1무11패(.361)에 그쳤다. 하지만 4-5위 해태-삼성을 상대로 23승2무11패(.667)를 기록했고, 무엇보다도 7-8위 태평양(12승6패)과 쌍방울(14승1무3패)을 철저히 공략했다. OB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태평양과 쌍방울이 나타나는 등 대진도 좋았다. 특히 8월말-9월초 태평양-쌍방울전에서 거둔 5승1패는 막판 질주의 출발점이 됐다.

1995년 OB의 대반전이 가능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김인식 감독의 부임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흐트러진 팀의 분위기를 놀라울 정도로 빨리 수습했다. 두산 역사상 최대의 터닝 포인트는 바로 김인식 감독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그 해 연장전에서 거둔 10승4무1패라는 성적은 1994년의 파동 이후 더 끈끈하게 뭉친 OB가 얼마나 집중력 있는 야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995년 OB의 우승이 더 값진 이유는 한 번씩 실패를 맛본 선수들이 뭉쳐서 만들어낸 우승이었다는 것이다. 진통제를 먹고 나선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따내고 끝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던 김민호, 대학 시절 어깨를 다쳤던 진필중과 이용호, 연습생 출신 김상진, 가장 먼저 성공한 스위치히터 장원진, 동대문상고 출신 심정수 등은 입단 당시 크게 주목받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1995년은 심정수, 정수근(154타수 25도루) 안경현(.280 5홈런 38타점) 진필중 등 이후 두산을 이끈 재목들이 무더기로 나타난 해였다(또한 OB는 시즌 후 박명환을 손에 넣었다). 또한 이 때부터 두산과 LG의 스카우트 결과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데 오히려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두산 만의 빛나는 전통이 시작했다.

기록 제공 - 스포츠투아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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