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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다음해 98년의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도표에서 보시다시피 그 전까지만 해도 거의 적자 일색이었습니다. 그나마 93년에 반짝 흑자를 냈었죠.

98년과 99년 대규모 흑자를 낸 것에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잠깐 환율 흐름을 볼까요?


  Q1 Q2 Q3 Q4
1997 866.27 891.7 898.63 1,151.23
1998 1,596.88 1,394.29 1,326.36 1,277.33
1999 1,198.77 1,189.87 1,194.77 1,172.27
2000 1,124.82 1,116.59 1,115.28 1,166.03
2001 1,272.15 1,305.35 1,294.10 1,291.70
2002 1,319.76 1,269.13 1,197.45 1,220.37
2003 1,202.49 1,208.76 1,174.69 1,181.79
2004 1,170.61 1,161.93 1,155.03 1,091.73
2005 1,022.10 1,008.08 1,029.40 1,036.53
2006 976.38 949.89 954.95 938.12


97년 환란이 터지기 직전까지 환율을 보면 900원 이하였습니다. 그러다 환율이 터진 직후인 98년 1분기에는 1,600원 가까이 찍히고 있습니다. (일자별로 따지면 더 올라갔었죠. 이 수치는 평균치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그냥 팔던 물건 팔아도 돈은 많게는 두배, 적게는 50% 더 버는 셈이었으니 돈을 못 벌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국내 증시는 1천포인트를 넘었습니다. 다들 부푼 꿈을 안고, 2000년 새해에는 떼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찼습니다.

당시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을 보면 낙관론 일색이었습니다. 2000년 1월 4일 개장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종합지수는 3%나 급등하며 마무리했습니다. 꽃단장한 무희들의 춤추는 모습과 함께 환상적인 개장일 지수에 대한 기사들이 신문에 즐비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1월 5일 종합지수는 무려 -6.9%나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1,066포인트까지 찍었던 지수는 그 해 말 480포인트까지 밀리며 마무리했습니다. 반토막도 더 난 거죠.


우리나라 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 있어서 경상수지만큼 중요한 지표도 없습니다. 이미 경상수지가 하락하는 추세를 통해 지수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2002년 저점을 찍었다는 사인이 나오자 다시 지수는 급등을 시작합니다. 중간에 한번 또 고꾸라지기는 하지만 큰 흐름은 상승세로 작년까지 이어졌던 것입니다.


문제는 경상수지 자체는 이미 2004년 다시 정점을 찍고 2005년 하락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2006년의 경우 아직 확정치가 발표 안 되었지만, 600억 달러 정도로 일단 잡아봤습니다. 6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사실 저 수치도 불안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2007년에는 10억 달러 흑자 수준까지 추락한다는 얘기와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2000년과는 달리 왜 2006년에는 지수가 빠지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경기 저점에 대한 시그널을 포착한 사람이 없잖아 있을 텐데 왜 이번에는 오히려 올랐는가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여기서 금리를 잠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표는 무위험자산에 가까운 국공채 3년물의 금리입니다.


  Q1 Q2 Q3 Q4
2000 9.11 8.86 7.94 7.31
2001 5.75 6.36 5.26 5.34
2002 6.1 6.23 5.48 5.32
2003 4.82 4.31 4.41 4.64
2004 4.76 4.4 3.87 3.41
2005 3.96 3.79 4.32 4.99
2006 4.94 4.87 4.78 4.72


99년까지 두 자리 수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2000년 당시에는 금리가 물가인상률보다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대체로 물가가 매년 5% 정도 오른다고 봤을 때 우리나라 금리는 2003년부터 물가인상률을 하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동자금이 더 이상 은행이나 무위험자산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돈이 계속 줄어드는데 좋아할 사람이 없죠.

부동산 쪽에서도 정부의 실책과 더불어 이 부동자금의 유입으로 집값 폭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부동자금의 일부가 증시로 유입되면서 지수를 상승시켰고, 제2의 코리아 펀드라 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과도한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이제 물러나야 할 자리에 물러나지 못하고 수급에 등이 떠밀려 그냥 계속 전진만 한 셈입니다.

여기에 막판 선물 세력의 투기성 행태로 엄청난 양의 프로그램 매수 차익잔고가 축적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실기(失期)는 상당한 후유증을 낳기 마련입니다.

마라톤 선수는 42.195km를 달리고 나면 며칠간 충분한 휴식을 하며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는데, 우리 증시는 방금 풀코스를 뛴 선수를 한 번 더 뛰게 만든 것과 다름 없는 상태입니다.


올해 경상수지가 바닥이 될 지, 아니면 환란 직전과 같은 만성적인 적자 기조의 유지로 이어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워렌 버펫의 말처럼 물이 빠진 다음에 수영복을 입고 있던 사람과 입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구별될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하락이 2000년과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은 상당한 패닉을 겪을 것입니다. 올랐으면 빠지는 게 당연하죠.

그리고 빠지면 또 오르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빠지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진짜배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눈에 불을 켜야 할 때입니다.


버블이 터질 때만큼 짜릿한 매수 기회는 없음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Posted by tri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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